미국 디젤 가격 폭등, 경제 위기의 시그널
최근 미국 내 디젤 가격이 갤런당 5.4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미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1개월 만에 8% 이상 폭등한 이 수치는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디젤은 단순히 자동차 연료가 아닙니다. 농가의 트랙터와 수확기를 돌리는 농업의 혈액이며, 화물 트럭을 움직이는 물류의 가장 중요한 기초 에너지입니다. 현재 위스콘신과 인디애나주 등 미국의 주요 농업주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서면서 트럭 운전사와 농민들이 아예 개점 휴업에 돌입했습니다. 정유 마진인 크랙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결국 미국인들의 밥상 물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았던 미국마저도 중산층이 지금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중동 무력 충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과 정유 시설 타격이라는 지정학적 악재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정유 제품과 디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합니다. 금리 인상 압박이 재점화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져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수입 물가를 더욱 자극하게 됩니다.

중동 전쟁 종료 후에도 물가는 돌아오지 않는다
중동 전쟁이 완벽하게 끝나면 이 상황이 다시 좋아질까요? 전쟁 이전의 저물가 저금리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다에 가깝습니다. 중동 전쟁이 끝나도 공급망과 물가가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세 가지 핵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전쟁 중에 타격을 입은 정유 시설, 수송관, 항만 시설은 종전 선언을 한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가동되지 않습니다. 복구 작업과 안전 점검에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두 번째, 호르무즈 해협 등 물류 거점의 통행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또다시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선박 보험료나 물류 운임비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비용이 고수하면 정유 제품 가격에 다 녹아들어 재화의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이번 디젤 폭등의 물밑에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 전환으로 인해 정유사들이 그동안 수년간 신규 정유 공장을 짓지 않은 정제 능력 결핍이 깔려 있습니다. 종전과는 별개로 이 정제 설비 부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한 번 일어나면 전쟁 기간보다 더 긴 복구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유럽과 일본의 실패, 생산가능 인구 감소라는 치명적 함정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하면 미국, 유럽, 일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세 국가가 맞이한 운명은 너무나도 차이가 큽니다. 유럽과 일본은 잃어버린 수십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성장이 멈췄습니다. 그런데 오직 미국만이 유일하게 고도 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 경제를 지금 호령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첨단 기술의 부재일까요? 자원의 부족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생산가능 인구의 차이였습니다.
유럽 경제가 무너진 이유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복지 지출이나 유로화 도입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물론 일부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에 있습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가장 먼저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경험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경제를 이끌던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인구 지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이탈리아는 수십년째 초저출산 늪에 빠져 있고, 스페인은 청년 실업률이 30%를 넘는 가운데 노동 시장의 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유럽의 경제 엔진이라고 불리는 독일마저도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15세에서 64세 핵심 생산가능 인구가 완전히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보여준 인구 감소의 공포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가장 완벽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보통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을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와 플라자 합의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더 치명적인 트리거를 지목합니다. 바로 1995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생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출산율은 이미 1970년대 후반에 인구 유지선인 2.1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여파가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그들이 성인이 되는 1995년부터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생산 인구가 줄어들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이 내수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이었습니다. 집을 사줄 30-40대 세대가 얇아지면서 수요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수요가 사라지니 집값은 폭락했고 기업들은 남아도는 물건을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출혈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진 것이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다리를 놓고 도로를 포장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많이 썼지만 폐약이 무용했습니다. 애초에 그 인프라를 이용하고 소비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만이 성공한 이유, 지속적인 인구 증가
그렇다면 어떻게 미국만이 유럽과 일본의 뒤를 밟지 않고 유일하게 경제 성장을 거듭하며 패권을 쥐고 있을까요? 달러라는 기축 통화 덕분일까요? 아니면 혁신적인 실리콘 밸리의 기술 덕분일까요?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차별점은 바로 미국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생산가능 인구가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이민 정책을 통해 젊은 노동력을 꾸준히 유입시켰고, 출산율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산 활동을 하는 일할 사람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고, 소비 시장이 유지되며,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들 중에 유럽 기업이 단 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유럽은 기존의 전통 제조, 자동차나 화학에만 머물러 있고 새로운 디지털 패권 경쟁에는 완전히 뒤처져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만드는 두 가지 재앙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혁신 동력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모험을 즐기는 세대가 바로 청년 세대입니다. 청년 인구의 감소는 곧 사회를 받치는 노동력의 실종을 의미하고, 국가 재정을 지탱할 세원의 고갈을 뜻합니다.
두 번째는 내수 소비 시장이 완전히 위축된다는 것입니다.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고령층은 소비를 줄이고 지갑을 닫게 됩니다. 물건을 사 줄 사람이 줄어들면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공장을 세우지 않습니다. 결국 일할 사람과 소비할 사람이 동시에 사라지면서 유럽과 일본 경제는 활력을 잃고 서서히 침몰하게 되었습니다.
역사상 생산 연령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국가 중에서 경제 성장에 성공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성장에 가장 큰 밑바탕을 지탱해 온 힘은 결국 사람입니다. 런던의 하이드 파크, 뉴욕의 센트럴 파크, 도쿄의 메이지 신궁을 허물고 집을 지은 사례는 없습니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도시 중심부의 대형 녹지 공간을 필수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들이 도시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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